Notice
Posted 2010/06/07 11:45몽몽 (몽환월)
개인적 취향의 Text (BL주의) + 잡담 블로그
- Filed under : 분류없음
- Tag : NOTICE
- 16 Comments Trackback
저만치 앞서가는 티에리아는 흠뻑 젖어있었다. 그 모습을 깨닫고 나서야 리제네의 머리 위로 내리는 것만을 잊고 여태 멈춰있던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것 같았다. 흘러내린 빗물에 앞이 흐려지자 간신히 티에리아가 서있는 곳과 균형이 맞았다.
그랬다. 비가 온다고 했었다. 분명 일기예보를 들었는데, 어째서 아무런 생각없이 지나쳐버렸을까. 4월의 비는 차갑고, 무거웠다. 리제네는 비릿하게 차오르는 물내음에 숨을 삼키며 아침의 일을 생각했다.
의미없이 틀어놓은 아침 뉴스가 말을 쏟아내고 있었고, 티에리아가 질렸다는 듯 한숨을 내쉴 즈음 , 기상캐스터가 더없이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었다.
「 오늘은 오후 부터 매우 많은 비가 내리겠습니다ㅡ」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즐겁게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티에리아는 아침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데. 할 수 있다면 그 이유를 티에리아에게도 가르쳐주세요. 간절하지는 않았지만 진심이었다. 언제나 처럼 티에리아는 리제네에게 화를 내고 있었고, 리제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땅을 쳐다보며 느릿하게 걷는 티에리아를 어렵지 않게 따라잡았다. 그러나 우산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였기에, 그저 나란히 비를 맞게 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똑같이 빗속을 걷고 있는데 어째서 티에리아의 어깨만 저렇게 빨리 젖어가는 것일까. 아무래도 비구름이 유난히 많은 비를 퍼부어대는 티에리아 머리 위의 비구름은 리제네 뒤를 따라오는 게으른 비구름과 자리를 바꾸어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ㅡ 그렇다면 슬슬 도망쳐도 좋지 않을까.
리제네는 티에리아의 손목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끈질기게 티에리아를 뒤쫒는 비구름에 따라잡히지 않도록.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리제네의 눈 앞에 까맣게 입을 벌린 터널이 보였다. 그 위로는 철로가 지나고 있었다. 티에리아도 같은 것을 보았는지 한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마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리제네를 만류하듯 티에리아의 손이 꽉 쥐어졌다. 하지만 리제네는 태연하게 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티에리아는 터널 밖에 멈춰서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늘과 리제네를 번갈아 보다가 마지못해 한발자국을 내딛더니 그 다음은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터널안에 들어섰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습기로 얼룩진 터널을 둘러보며 리제네가 있는 곳으로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와 딱 한발자국 만큼의 거리를 남겨두고 멈춰섰다. 빗소리는 터널 안의 두사람만을 남겨둔 채로 온 세계를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비가 채 잦아들기도 전에 마침내 ' 그것'이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덜커덩, 덜커덩. 머리 위와 발 아래가 동시에 흔들렸다. 그 신호를 느낀 티에리아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리제네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겠지마는 아무런 걱정도 없어보이는 리제네의 얼굴에 잠시 잊었던 아침의 기분이 되살아 났는지 휙 하고 뒤돌아서버렸다. 그러나 리제네의 탓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이미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되어있었다. 빗줄기를 가르며 달려온 열차가 금방이라도 머리위를 덮칠듯 성난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리제네는 그보다도 더 빨리 티에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두 손으로 티에리아의 귀를 가만히 감쌌다. 티에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리제네를 바라보았다. 아직, 열차는 두사람의 머리 위에 있었다.